강한 달러
달러가 강세여야 미국의 힘도 강해진다
strong dollar, dollar appreciation
"유로화보다 달러화가 강하다"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달러화가 유로화에 비해 가치가 더 높다는 의미다.
유로화로 표시된 달러화의 가치가 크다는 것은 유로화의 대미 달러화 환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말도 된다. 예를 들어 '1달러에 3유로'일 경우 '1달러에 2유로'일 때보다 달러화가 강세임을 의미하므로 1유로에 0.5달러(1달러/2유로)에비해 1유로에 0.33달러(1달러/3유로)가 강달러다.
이처럼 '달러화 강세'라는 것은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상대국의 통화 또는 외국 통화의 가치보다 더 크다는 말과 같다. 가치가 더 크다는 것은 달러화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 즉 금융 비용(금리)도 상대국 통화의금리보다 더 크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볼 때 달러화 강세는 미국 금리가 높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미국 금리가 외국 금리보다 높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미국 금리가 외국 금리보다 높으면 외국 돈이 미국으로 들어온다.
금리 차이를 이용한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이를 이자차익 거래interest arbitrage 라고 한다. 이자차익 뿐만 아니라 환율의 변화 가능성을 두고도 투자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달러 자본의 이동을 '달러 캐리 트레이드doller carry trade'라고 한다. 2000년대 중반 유행한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는 엔화의 이자율이 매우 낮아 엔화를 가지고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일본의 부유층 가정주부들도 엔화를 들고 뉴질랜드와 호주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는데, 이들을 '와타나베 부인'이라고 한다.
이는 일본에서 가장 흔한 성" 가운데 하나인 와타나베에서 딴 신조어다.
한편 외국 화폐가 미국으로 들어올 때 자국 화폐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달러화로 들어온다. 금융위기 이전 미국으로 들어오는 화폐 유입량은 하루 40억 달러로 추정된다.
즉 매일 40억 달러가 들어와야 미국경제가 버틴다는 말이다. 한 달이면 1,200억 달러, 일 년이면
1조 4,400억 달러가 된다. 2009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 역시 1조 4천억 달러다. 미국 정부가 쓴 돈만큼 들어와야 미국경제가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돈이 미국으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는 재무부가 채권을 발행해 해외 시장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달러화가 강세면 금값은 떨어지고, 달러화가 약세면 금값은 상승한다. 왜냐하면 달러화의 가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의미이고, 신뢰도가 높은 만큼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유지하면 미국의 리더십도 살고, 달러화의 위세가 꺾이면 미국의 리더십 역시 감소한다. 이는 국제사회로부터 신용을 잃기 때문이다. 즉 많은 나라의 경제시장이 미국의 달러화를 믿고 거래하고 있는데 그 가치가 하락할 경우 가치 저장과 교환 수단으로서의 달러화 기능이 약화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기피하는 자산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도가 날 회사의 어음을 누가 받겠는가? 따라서 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갈 경우 금의 자산보존 기능이 강조되어 금값이 뛰는 것이다.
달러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달러화 강세정책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민주당 정부는 달러화 강세 정책을 지지하지만 지난 금융위기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지위에 상당히 손상이 간 것은 사실이다. 컬럼비아 대학교 조셉 스티글리츠 joseph Stiglitz교수는 금본위제도로의 회귀를 주장한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홍빙 교수는 미국 화폐제도의 변화를 두고 링컨·케네디·레이건 대통령의 암살사건과도 연계해 설명했다. 달러는 그냥 지폐일 뿐 아무런 가치를 담보하지 않고 있다는 취약점을 이들이 개선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는 데 그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 지위 부여와 이후 세계경제의 부침, 그리고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위기와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중국의 도전 등을 좀더 면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